목회컬럼

186 지난 주 이틀 휴가를 냈습니다

2020.07.26 21:07

권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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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이틀 휴가를 내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일하는 직장에서 일년에 두 주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년에 두 번 있는 북미 목회자 컨퍼런스에 참석하면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이틀이어서 가족들과 휴가를 함께 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봄 컨퍼런스가 취소되고 추가근무등으로 올 해는 휴가 일수가 넉넉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목요일은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것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금요일 하루는 집에서 가족들과 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수요일에는 비가 왔고 목요일 날씨가 흐리고 천둥 번개와 함께 소나기가 온다고 해서 계획을 변경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요일 아침 날씨가 흐리다 해가 났지만, 여전히 오후에 천둥번개와 함께 소나기가 올 확률이 40%나 되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점심 시간쯤 샌드뱅크로 출발을 하였는데, 날씨는 점점 더 화창하게 되었습니다. 가는 길에 미리 알아본 라벤더 농장과 해바라기 농장을 들렸습니다. 계획은 오전에 농장을 들리고 나서 점심을 먹고 여유롭게 샌드뱅크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출발이 늦어지며 농장을 가기전에 도로변에서 있는 피크닉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작은 강 위에 놓은 다리가 배가 지날 때마다 회전을 하며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저희가 살았던 곳에 있던 운하이야기를 하며 가족들이 잠시 추억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라벤더 농장과 해바라기 농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작았습니다. 보라색 입구에서 보니 라벤더 꽃이 피다 만 것처럼 보여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벤더 사이를 거닐면서 불어오는 바람과 꽃 향기로 인해 그런 의구심은 금방 사라지고 웃음이 가득한 저를 보며 순간 밀려드는 실망감을 잘 넘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음에 도착한 해바라기 농장은 길 옆에 있었는데 손 바닥 만하게 보였습니다. 그런 곳을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입구부터 해바라기 사이를 거닐면서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걸으며 사진에서만 보던 해바라기 농장과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이번 여행을 흐린 날씨로 인한 염려와 기대보다 작은 농장들이 주는 실망감들이 순간순간 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흐린 날씨가 적당한 구름과 불어오는 산들 바람으로 바뀌어 더운 날씨가 주는 짜증 대신 즐거움이 가득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의 실망감을 완전히 잊을 만큼 농장에서 누린 큰 기쁨과 행복감이 있었습니다. 감정에 충실하게 반응해야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감정을 보다 주어진 환경속에 감추어진 하나님의 선물들을 발견하기 위한 결단도 필요함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밤 10시가 넘어서 집에 도착했지만 모두들 즐겁고 감사한 마음이었고 찍은 사진들을 나누며 늦은 시간까지 행복해 했습니다. 오랜 만에 갖게 된 짧은 가족 여행이었지만 깊고도 긴 여운을 가져다 준 축복의 시간이었습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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