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컬럼

182 철딱서니 없는 자녀인가 봅니다

2020.06.28 13:23

권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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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를 지내면서 회사에서 화장실 세면대를 고칠 기회가 있었습니다. 몇 달 전에 부탁을 하셨는데,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계속 연기되었던 일입니다. 필요한 부품을 사고, 고칠 수 있는 도구들을 준비해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세면대가 설치된 곳 옆에 다른 것들이 있어 공간이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세면대 높이가 낮아 화장실 바닥에 앉아서 고개를 숙여 세면대 아래 면에 있는 호스와 연결 부분을 풀어야 했습니다. 노안으로 안경을 벗으면 잘 안보이고, 쓰고 하면 멀리서 봐야하기 때문에 작업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손으로 더듬으면서 스패너로 해체하느라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더운 날씨에 온 몸이 땀에 젖었고, 연결된 부분을 푸는 동안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에 대한 경험이 많았으면 더 쉽게 할 수 있었겠지만, 저에게는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작업을 마치고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보면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면서 한 것에 대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끝까지 잘 마무리하지 않고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 했다면 세면대는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세면대를 고치는 일을 통해 제가 무엇을 깨닫기 원하시는 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망가져 물이 잘 감기지 않아 줄줄 흘렀던 수도꼭지처럼, 살면서 쌓이고 쌓여 형성된 저의 생각, 습관, 태도, 언어들을 통해 예수님의 성품 대신 줄줄 흘러나오는 죄 된 모습을 고치시는 주님의 마음을 깊이 느꼈습니다.

최근에는 제가 감정적으로 부딪치는 한계 상황이나 불합리한 상황에서 반응하는 태도에 대해 많이 만지시는 것 같습니다. 5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하시면서 포기 하지 않고 여전히 저를 고쳐가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손길이 깊은 강물처럼 가슴에 밀려왔습니다. ‘은수야, 너를 고치느라 내가 땀을 뻘뻘 흘리지만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기쁘단다!’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좀 더 깊이 알지 못하는 저는 아직 철딱서니 없는 자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일에서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을 깊이 경험하며 예수님을 더욱 많이 닮아가는 BTIC 가족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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