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컬럼

180 아빠, 뭐 드실래요?

2020.06.14 11:03

권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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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저녁에 집밥 대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사다 먹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어떤 음식을 주문해서 먹을 것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음식을 결정하면 미리 주문하고, 제가 직접 가서 음식을 픽업해오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주로 시켜서 먹는 음식들은 피자, 치킨, 햄버거등 몇가지가 금방 떠올랐지만 그래도 직접 선택하도록 무엇을 먹을 것인지 물어보았습니다. 둘이서 몇 가지를 이야기 하더니 엄마 아빠는 무엇을 먹을 것인지 되물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다 큰 아들이 ‘왜 아빠는 뭐 먹겠다고 이야기 안하세요? 친구들은 아빠가 뭐 먹겠다고 결정하면 다른 것을 선택할 수가 없는데…’ 라고 했습니다. 음식을 주문할 때면 아이들이 ‘아빠 뭐 드실래요?’라는 질문을 하지만, 어제는 가슴에 울림으로 다가 왔습니다. 그래서, ‘응, 아빠는 뭐든지 다 좋아하니까…’라고 답을 하면서 잠시 우리 관계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들어주며 할 수 있도록 하기보다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하는 것에 대해 아주 엄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주 무섭고 화가 나 있는 아빠처럼 느껴서 ‘아빠, 화 났어?‘라는 질문을 하곤 했습니다. 목회를 하면서 아이들은 얻는 것도 있지만 잃은 것들도 많다고 느끼기 시작했고, 미안한 마음에 많이 들어주고 이해해주려고 하면서 먹는 것도 가능하면 아이들에게 맞추려고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20대 중반, 초반이 된 아이들과 음식을 주문하면서도 그런 것을 보며 가까운 사람들과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가까이 있기 때문에 기대도 많고, 가까이 있기 때문에 보이는 것도 많고, 가까이 있기 때문에 말하기도 쉽고, 가까이 있기 때문에 나의 생각과 의견을 거침없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록 상처를 주고 받거나 실망하는 것 또한 많았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힘들고 어려운 시간도 많이 있었지만,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많이 알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늘 우리 안에 계시지만 무례해 행하시지도, 자신을 주장하며 강요하지도 않으시는데, 저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그렇지 못한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 힘과 의지, 저의 마음과 열심으로 하다 보니 그랬던 것 같습니다.

주님이 우리 삶에 붙여 두신 분들을 사랑하고 섬기는 것은 내 힘으로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직 주님의 영으로 충만하여 질 수록 그렇게 사랑하게 됩니다. 예수님을 의지하며 믿음으로 사는 것은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과 섬김을 누릴 뿐 아니라, 그 모습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나 멀리 있는 사람들 모두를 그런 사랑으로 사랑하는 BTIC가족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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