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 그럴 수도 있구나
2020.06.07 11:02
권은수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외모가 다양한 것만큼이나 성품이나 마음을 쓰는 것이 다릅니다. 같은 일을 경험해도 그것에 대한 이해와 생각의 깊이가 다를 수 있습니다. 같은 사물을 보아도 그것에 대한 느낌이나 반응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자신의 기대감이나 편견, 목적이나 욕심이 더해진다면 각 사람의 반응은 그야말로 셀 수 없이 다양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체를 이루며 하나되어 사는 것은 어떤 면에서 보면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됨을 가능하게 하는 공통적인 관심사나 서로 합의해서 지키는 기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일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다를 때 나타나는 갈등을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서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할 때, 부모의 입장과 다른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도 그런 시간을 지내며 저의 생각과 입장을 강요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울타리가 되어주며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려고 했습니다. 이제는 20대가 된 자녀들과 이야기 하면서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강요당하는 느낌도 있었다고 합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다르게 느낄 수도 있구나‘ 라고 받아들이기까지는 쉽지 않는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자녀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며 받아들이는 부분이 잘 훈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갈등을 잘 풀어내면서 좀 더 깊이 있는 관계를 누릴 수 있게 되어 감사합니다.
가끔은 아무런 갈등없이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땅에서 사는 동안 갈등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갈등을 피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고 저절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갈등을 다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숙해지고 더욱 건강한 관계를 세우는 것입니다. 조급하게 해결하려고 하다 더 큰 갈등을 겪기도 하고, 갈등을 계속 외면하면 상대방이 나를 무시한다는 오해를 할 수 도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갈등은 자신의 아픔과 어려움을 전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도 있습니다.
믿음의 공동체인 가정, 목장, 그리고 교회에서 일어나는 갈등도 서로 다름에서는 오는 것도 있지만, 자신이 겪는 아픔과 어려움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거나 소홀히 해서 놓치고 있는 부분 때문에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겉으로 보이는 문제 해결도 필요하지만, 문제의 근원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을 해결해도 근원적인 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갈등이 언제든지 다시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갈등해결의 기준은 우리 자신의 입장이나 목적이 아니라, 우리를 부르셔서 그리스도의 몸으로 하나되게 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이어야 합니다. 말씀에 기초해서 풀어갈 때, 갈등이 또 다른 분열이나 어려움으로 끝나지 않고 가장 본질적인 부분의 변화를 통해 더욱 건강하고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