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 잘 살아온 것 같은데
2019.09.29 20:35
권은수
푸르던 나무들이 어느새 노랗고 빨갛게 변하며 변함없이 가을이 찾아왔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매년 맞이하는 가을이지만 나이가 들어갈 수록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이번 가을에는 휴스턴 연수를 다녀오며 느낀 것들, 관계 전도를 시작하며 경험하는 것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소식을 들으면서 정말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예전에 섬기던 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한 분으로부터 몇 일 전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보다 10년 이상 나이가 많으셔서 곧 은퇴하실 나이가 되셨다고 합니다. 20년 전쯤 같이 원주민 선교를 다니고, 교회에서 봉사도 하면서 친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저희가 토론토로 이사를 오면서 세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성품이 온유하시고 차분하며 늘 성실하게 살아가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전화로 함께 지낸 이야기들을 하면서 그 동안 참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하셨습니다. 가족을 돌보고 교회에서도 맡은 직분을 잘 감당하면서 살아오신 것을 알기에 공감이 충분히 되었습니다. 그런데, 주님을 만날 날이 가까이 오는 것을 생각하며 뒤를 돌아보니 주님께 할 말이 없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왜 그런 느낌이 드시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모든 일에 열심히 최선을 다하셨지만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잘 살아왔다는 확신이 들지 않아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들었습니다.
우리 삶의 끝에서 예수님 앞에 섰을 때 ‘세상에서 무엇을 하다 왔느냐?’ 라고 물으실 때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요?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영혼 구원하여 제자를 삼으며 건강한 신약교회를 세우다가 왔다고 고백한다면 주님 앞에 설 때 부끄럽지 않은 우리 자신을 보게 될 것입니다. 예배, 목장, 삶공부를 통해 이렇게 살도록 끊임없이 격려하며 그런 삶을 보고 배우게 해주는 가정교회가 참 좋습니다.
내가 걸아가는 길이 맞는지, 내가 선택한 방법이 옳은 것인지 잘 모를 때 우리는 방황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가는 길이 확실하고 그 길을 따라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남은 것은 성실하게 그 길을 걸으며 기쁘게 살아가는 것 뿐입니다. 함께 부르심을 따라 살다가, 이런 삶을 살도록 인도해주신 주님을 기쁨으로 뵙는 BTIC 가족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