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컬럼

113 나는 할 수 없지만

2019.03.03 22:32

권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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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날마다 만나게 됩니다. 길을 갈 때나 쇼핑을 갈 때, 학교를 갈 때, 직장에서 일하며 만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얼굴을 대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지나쳐 가는 사람들입니다. 그 다음은 나의 필요를 채워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고 가는 길에 교통을 제공해주는 분들, 가계에서 물건을 살 때 계산대에서 일하시는 분들등입니다. 날마다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은 일하는 직장에서 함께 하는 동료들, 같이 공부하는 학우들등일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실제로 깊은 관계를 맺으며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삶의 환경에 있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에 익숙하지만 관계를 맺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사용하는 것에는 어색하고 불편해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향은 하나님과 관계에서도 나타납니다. 적극적으로 하나님을 찾는 것은 대부분 나의 필요가 있을 때입니다. 필요가 채워지는 동안 관계를 지속하려고 하지만 필요가 채워지거나 사라지면 어느 순간부터 소홀히 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 만큼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우리가 누군가에게 자비를 베풀고 살수 있을까요? 자신의 체면이나 다른 사람들의 눈때문에, 아니면 도덕적인 부담감때문에 어느 정도 가능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 곧 한계를 만나게 됩니다.

누군가와 함께 무엇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는 알게 모르게 경쟁심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상대방이 나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를 강요하기도 합니다. 자신을 포기하며 누군가를 위해 사는 것이 그 만큼 불편하고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자기 중심적인 생각과 필요가 상대방과 관계를 키워가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베풀며 살거나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에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며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죄로 인해 하나님과 원수가 되었던 우리와 관계를 회복하시기 위해 하나님이 먼저 손을 내미셨습니다. 하나님의 필요가 아니라 우리의 필요를 위해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우리와 관계를 위해 하나님은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깨닫고 믿는다고 신앙고백을 합니다. 그 신앙고백이 내 삶에 연결된 다른 사람들과 관계에서 나타나기 시작할 때 진정한 고백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신앙은 생활에서 진솔하고 자연스럽게 나타납니다.

모든 사람과 동일한 깊이의 관계를 맺을 수는 없습니다. 내 삶에 가까이 보내주신 사람들과 하나님이 기뻐하는 관계를 맺기 위한 섬김을 감사함으로 시작하게 될 때 하나님과 관계가 깊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 할 수 없는 섬김으로 관계를 세워가는 것을 보며 내 안에 계신 예수님이 나를 통해 일하고 계신다는 것을 고백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내가 스스로 할 수 없는 것을 나를 통해 행하시는 것을 보며 하나님 나라를 누리는 축복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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