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
2019.02.24 20:40
권은수
어릴 때 모내기를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서 자랐습니다. 이른 봄에 볍씨(rice seed)를 물에 담가서 불리는 과정을 거칩니다. 볍씨가 싹이 트고 나면 비닐 하우스 보온 못자리를 준비해서 뿌리고 돌보아 줍니다. 시간이 지나면 파릇파릇한 싹이 나며 자랍니다. 한 달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논에 심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병충해(harmful insect)와 태풍, 가뭄이나 냉해(cold-weather damage)등을 견뎌야 합니다. 아무런 어려움이 없이 잘 자라는 환경이면 좋겠지만, 대부분 여러가지 크고 작은 위기를 겪으면서 풍성한 수확을 할 수 있도록 자라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을 보는 사람들은 그저 풍성한 수확을 즐거워할 수 있습니다. 그 기쁨 뒤에는 벼가 잘 자라도록 돌본 농부의 이야기와 어려운 환경에서 잘 견디며 성장한 벼의 이야기가 함께 숨겨져 있습니다. 물론, 농부로부터 벼의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삶에도 이런 과정은 비슷하게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별 어려움이 없이 주어진 것들을 마음껏 누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크고 작은 어려움과 매일 씨름을 하며 하루하루 생활합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겪는 것들이 두려움이나 상처로 남아 삶에 어두운 그림자가 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겪는 것들이 그 순간에는 힘들고 어렵지만 오히려 자신을 성숙하게 만들어주고 다른 사람들을 더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열매 맺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동일한 시간과 노력과 재정을 드리며 살아가는데 서로 다른 결과를 경험하는 것을 한 마디로 이야기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크고 작은 어려움을 잘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주위에서 격려하며 함께 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 어울려서 아름다운 삶의 열매를 맺어갑니다.
신앙생활도 이와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시간들 속에는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 하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그렇게 살도록 함께 하시며 격려하시고 보호하시고 도와 주시는 하나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겪는 일들이 앞으로 어떤 열매를 맺게 될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 나중에는 오히려 어려움이 되기도 합니다. 정말 힘들다고 생각한 일이 시간이 지나고 보니 결국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기회가 되었음을 깨닫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삶의 이야기의 내용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반응하는 우리 태도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아버지라고 고백하는 하나님은 전능하신 분입니다. 우리 삶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열매로 나타나 기쁨과 행복을 누리기 원하시는 분입니다.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사람, 여러가지 일로 슬픈 마음이 있는 사람, 늘 어떤 것에 눌려 있는 사람, 옳지 못한 것을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복되게 하시는 분이 나의 하나님이시라면 나의 이야기 내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이런 확신이 내 삶의 이야기를 하나님과 함께 쓸 수 있게 해주는 열쇠입니다. 우리의 힘겨움은 소망과 인내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고백하는 것은 내 삶에 대한 자랑이나 절망(desperation)이 아니라 반응하는 태도로 나타납니다. 이를 통해 내 삶이 복된 것인지 아닌 지, 천국을 누리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한 명의 성숙한 제자로 자라나는 축복의 사람이 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