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컬럼

102 삶의 끝 자락에서

2018.12.16 20:49

권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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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이민 와서 처음 다닌 교회에서 함께 매일 새벽기도도 하고, 여름이면 원주민 선교도 같이 하시던 장로님이 많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수요일에는 5시간 정도 운전을 해서 다녀왔습니다. 살아계실 때 장로님을 뵙고 싶다고 밴쿠버에서 비행기로 오신 분이 있어 같이 다녀왔습니다. 겨울철 장거리 운전이었지만 날씨가 포근하고 도로 상태도 좋아서 운전하기가 한결 편했습니다.

운전을 하고 가면서 처음 장로님을 뵈었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70대 초반이셨지만 순수한 모습에 밝은 미소로 갓 이민 온 저희를 반겨주셨습니다. 한평생을 살아오면서 좋은 일들도 힘든 일도 많았을 것 같은데 저에게는 그런 삶의 흔적보다 평안함이 더 크게 보여졌습니다. 가끔은 새벽기도가 끝나고 같이 기도한 분들과 맥도널드에 들려 커피 한잔을 나누었던 때가 참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 17년 정도 지나고 보니 참 아름다운 만남이었고 축복된 시간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발견된 암으로 이 땅에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보내시고 있는 분을 뵙는 시간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통 가운데 삶의 끝자락에 계신 분을 뵙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침대에 누워 계신 장로님이 평안해 보이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진통제로 통증을 느끼지 못하시지만 의식이 맑았고 웃음으로 저희를 맞아주었습니다. 함께 예배를 드리며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고 이제 곧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예수님을 뵙은 것에 대해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얼마남지 않은 시간들과 가족을 위해서 같이 뜨겁게 기도하였습니다. 짧은 예배 시간이었지만 장로님은 베개에 기대어 앉아서 계시다 힘들면 엎드리시며 감사와 축복의 기도를 드리는 모습속에서 주님에 대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땅에서 사는 동안 내가 무엇을 겪으며 살지 우리는 다 알지 못하고,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을 선택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삶의 끝에서 어떻게 마무리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바라고 기도하지만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은 믿음으로 감사하며 사는 것이 하나님에 대한 믿음의 비밀인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불평과 불만이 쌓이면 우리 삶의 끝에서 불평과 불만을 두고 갈 것입니다. 하루하루 감사와 고마움이 쌓인다면 감사와 고마움을 두고 갈 것입니다.

장로님을 뵈며 삶은 내가 누구라고, 어떤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 주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고백합니다. 이런 분을 저의 삶에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사는 순간순간이 이런 아름다운 모습으로 채워져 감사와 고마움이 남겨진 길이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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