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컬럼

092 두 가지 감사의 열매

2018.10.07 20:40

권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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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으로 나뭇잎들이 울긋불긋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 저희 아파트 창문 너머에 서있는 나무들도 예쁘게 물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어느새 단풍이 들었네?’라고 생각이 들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나무는 추운 겨울을 견디고 봄에 싹을 틔웠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열심히 잎들이 자라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가을이 되어 이렇게 예쁜 단풍을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어느새 단풍이 들었다’는 생각은 저만의 시각이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감사함’도 이와 비슷합니다. 때로는 당장에 감사할 것이 많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때는 힘든 고난과 시련을 겪어가고 있기 때문에 감사라는 단어를 생각할 마음의 여유조차 없는 시간도 있습니다. 감사라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아 주저하며 ‘저 사람들은 뭐가 감사할까?’하는 생각에 혼자 주눅이 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하나님께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연결해 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그런데, 만남의 축복을 감사로 고백하는 것에 주저하는 부분이 있기도 했습니다. 한 번도 기대하지 못했던 사람들과 만남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도움과 섬김을 받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받은 것을 나누고 보여주며 섬기는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에는 ‘하나님, 제가 원하는 그런 목회자 분들과 네트워크 되게 해 주세요’라는 기도가 응답되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섭섭함이 한동안 있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잘해보려고 노력하고, 이것을 위해 기도하는데 응답하지 않는다는 실망감 때문이었습니다.

그 후, 건강한 신약교회를 세워가는 가정교회 사역에 연결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이 시원해지는 만족감을 느낍니다. 많은 신실한 목회자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합니다. 앞으로 나가야할 방향과 제가 서 있는 곳을 보며 함께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먼저 앞으로 가면서 이끌어주는 사랑과 섬김이 큰 감동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목회자 컨퍼런스에서도 저의 고민과 궁금함에 대해 미리 경험하신 분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하나님이 섬세한 인도하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바로 할 수 있는 감사가 있습니다. 때로는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아볼 때, 그 과정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고백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잘 견디고 인내하며 성숙하게 열매 맺는 감사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그런 열매가 탐스럽게 익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감사가 흘러나올 때까지 기대하며 인내할 수 있도록 하나님은 우리 삶에 바로 감사할 수 있는 것들도 주신 것 같습니다.

우리 삶에 이미 주신 것들과 함께 꽃이 피고 열매가 맺어져 가는 것들이 때가 되면 탐스럽게 익은 열매가 되어 농부를 기쁘게 하는 것처럼 우리 삶에 곧 맺혀질 감사의 열매를 기대하며 감사합시다. 감사는 내 삶에 행복을 채우는 통로이고,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신앙고백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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