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8 누가 따라가는가?
2018.04.22 23:01
권은수
중고등부 시절은 누구나 그러하듯이 많은 갈등과 고민이 있었습니다. 친구 중 한 명과 진지하게 이야기 하던 중 우리가 어떤 문제를 헤쳐 나갈 때 큰 바퀴를 (문제의 핵심)을 움직이면 작은 바퀴들(핵심적이지 않은 것들)이 따라서 움직이는데 우리는 작은 것들에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서로 바라보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지 기특하다고 하며 진짜 그렇다고 함께 격하게 공감을 했습니다.
신앙의 본질과 기초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으심과 부활을 통해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은혜를 경험하며 예수님이 내 삶의 주인이심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경험은 곧 그 사랑과 은혜를 전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 주신 예수님을 따르는 신앙생활을 통해서 나타납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찾아오심으로 시작되는 신앙생활은 언제나 하나님이 주체(Subject)가 되시고 우리는 참여자 또는 동참자로 함께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 (눅 14:27)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이루는 것에 완전히 순종하여 동참하신 예수님의 삶과 함께 이해되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간다는 것의 핵심은 우리 삶에 이루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에 계획에 동참하기보다 하나님을 내 계획에 동참하도록 매달리는 것에 더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작년에 신청한 서류에 대한 추가 자료를 요청한다는 연락을 받으면서 쉽게 될 것 같았는데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한 실망감, 추가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감, 대행업체에 맡겼으면 이런 일까지 마음을 쓰지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 지혜롭게 결정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속상함이 바쁜 회사 일과 함께 겹치면서 힘든 몇 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 일을 통해 이루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이나 저의 부족함을 깨닫기 보다 하나님이 제 기대와 계획에 맞추어 일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내 계획대로 하나님이 일을 해 달라고 억지를 쓰는 저의 모습을 깨닫고 회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상황을 통해 이루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이 무엇인지 기도하였습니다.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고요한 중에 기다리니 진흙과 같은 날 빚으사 주님의 형상 만드소서”라는 찬송가 가사처럼 내 계획대로 움직이는 하나님이 되어 달라고 하지 않고, 언제나 하나님의 계획에 제가 동참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한 걸음 더 성숙하도록 저를 이끌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