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 때가 이르기까지
2017.05.21 23:23
권은수
이 번주에는 시간을 내어서 아내랑 같이 저녁을 먹은 후 산책을 몇번하였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아직 남아 있는 저녁 시간에 저희 아파트 주변 이웃으로 거닐면서 집들 앞에 피어 있는 꽃들도 보고, 어느덧 파릇파릇 돋아난 이파리가 있던 마른 나무가지는 부쩍 자라난 잎사귀들로 덮여버렸습니다. 한 달이 채 안된 시간을 지나며 일어나는 계절의 변화가 피부로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집들 앞에는 여러 종류의 꽃들이 다양하게 피었습니다. 튜울립도 있었고, 이름을 모르는 아주 작은 꽃들도 예쁘게 피어 있었습니다. 겨울내내 말라 있던 잔듸들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지역에 8년째 살면서 매년 봄이면 보는 풍경이지만 가슴이 설레이고 하나님의 창조섭리에 대한 경이로움마저 느끼는 때였습니다.
추운 겨울이 없다면 봄에 보는 이런 자연의 변화가 얼마나 소중한 지 잘 몰랐을 것같습니다. 모든 것이 푸르게 바뀌고 있는데 저희 주차장 옆에 있는 나무는 이제서야 가지에 움이트고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하얀 꽃이 허드러지게 피고 여름이 되면 푸른 잎사귀로 덮이지만, 혼자서만 마른 나무가지를 앙상하게 드러내고 있는 모습은 안스러워보이기도 합니다.
나무마다 잎을 틔우는 때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나무는 일찍 꽃을 피우고 다른 나무보다 먼저 푸르게 변하고, 어떤 나무는 다른 나무들 보다 늦게 잎사귀가 돋아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그래도, 주위의 모든 나무와 꽃들이 추운 겨울을 지나고 푸르게 변하는 것을 보면서도 자신의 시간이 오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나무를 보며 내가 나무라면 마음이 참 힘들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 삶에도 이런 순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나름대로 겪어야 하는 과정들이 지나기까지 인내하며 성실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 마음을 힘들게 할 수 도 있고, 남들보다 뒤쳐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이번주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지만 기대처럼 마무리 되지 않아 마음이 힘들었지만, 하나 하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없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힘을 내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냥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움이 트고, 꽃이 피고, 잎이 푸르게 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생명을 만드는 나무를 보며 인내가 가져다줄 열매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