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컬럼

012 나와 다름이 주는 축복

2017.03.12 17:50

권은수

조회 수897

집 앞에 있는 구세군 한인교회로 새벽기도 시간을 갖기 위해서 갑니다. 며칠 전에 교회 주차장으로 들어서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교회 주차장 입구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캐나다 기러기들 몇 마리가 자리를 잡고 앉아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자동차 불빛에 비치어서 다행이 돌아서 갈 수 있었습니다. 이 곳에 사람들이 건물을 세우기 전까지는 자신들이 살던 서식지였나 봅니다.

오랫동안 찾아오던 서식지였기 때문인지 딱딱한 아스팔트 바닥이 무척이나 차가울 텐데 한 곳에 가만히 머무는 모습이 안스러워 보였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본능을 따라 자리를 잡고 있는 캐나다 기러기들의 모습을 보면서 주위 상황 변화에 대한 인지보다 자신의 본성이 더 강하게 이끌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조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틀릴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자신들이 머무를 수 있는 조건이 잘 갖추어 진 곳들이 있을 텐데 굳이 아스팔트 주차장에 있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삶에도 어쩌면 그 새벽에 만났던 캐나다 기러기 같은 모습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수님을 나의 구세주와 왕으로 맞아들이고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이전에 살아왔던 방식에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차가운 아스팔트에 머무는 캐나다 기러기처럼 옛모습을 고집하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저와 아내는 기질적으로 다른 점들이 아주 많이 있어 결혼하고 나서 서로 입장을 이해하고 수용하기 보다는 자신의 관점에서 상대방을 기대하고 나의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 주기를 바라곤 하였습니다. 지금도 이런 모습이 보일 때가 있지만, 서로 다르다는 것이 서로에게 어려움이 아니라 서로가 못 보는 부분을 볼 수 있게 하는 축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수용하기 까지 많은 시행착오, ‘그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하는 인식의 변화, 그리고 내 방식으로부터 탈피라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어야 했습니다.

이른 새벽에 만난 캐나다 기러기가 옛 서식지이기 때문에 차갑고 딱딱한 아스팔트에 머무는 것을 멈추고 자신들의 서식 조건이 맞는 다른 곳을 찾아간다면 훨씬 좋은 환경 속에서 올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도 나의 방식에만 머물지 않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하고 한 걸음만 자리를 옮긴다면 함께 살아가는 기쁨과 함께 나의 부족함을 채우는 축복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 쓰기

비회원 프로필 이미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