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컬럼

008 주객을 바꾸지 맙시다

2017.02.15 08:54

권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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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ok of Eli” (일라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30년전에 지구 문명이 어떤 대재앙으로 멸망하고 남은 생존자들이 지배자가 되기 위해서 서로 싸우는 것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 입니다. 주인공인 일라이(Eli)는 세상에 남은 단 한권의 성경책을 가장 안전한 곳으로 배달하기 위해서 미국 동부에서 서부지역으로 30년을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책을 잘 전달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만나는 많은 어려운 사람들을 자신이 도와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면하면서 계속해서 이동을 하다가, 여자 주인공인 솔라라를 만나서 신앙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어려움에 빠진 여자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서 성경을 빼앗기게 되자, 자신때문에 성경을 빼앗긴 것에 대해 솔라라가 일라이에게 사과를 합니다. 그러자, 일라이는 30년동안 성경책을 지키고 안전하게 배달하는 것에만 마음을 빼앗겨 정작 성경이 가르치는 대로 사는 것을 잊고 있었다고 고백을 하면서, 성경이 말하는 대로 해야할 일을 한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영화 자체가 기독교적라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주인공인 일라이가 주는 교훈은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 하루를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자기가 하는 일에 너무 몰두하거나 반복적으로 같은 일을 하다가 보면 영화의 주인공처럼 어느새 자신이 그 일을 하고 있는 이유나 목적은 잊어버리기가 쉽습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 자체에 모든 노력을 쏟게 되면서 일 자체가 목적이 되어 그 일을 하는 것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외면하거나 걸림돌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향은 우리 생활에 크고 작은 일들 가운데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 페이스 북을 시작했고, 가능하면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였습니다. 소식도 필요한 경우에만 올리고, 꼭 리플이 필요하지 않으면 ‘좋아요’를 누르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펩북에서 수시로 올라오는 내용들도 제목을 보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읽곤 했습니다. 최근 들어서 페이스에 올라오는 여러 가지 내용들을 읽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정작 주위 사람들과 소통이 줄어들고, 회사에서 30분 점심 시간을 가지면서 페이스북을 확인하느라고 다른 직원들과 대화하는 시간도 줄어들었습니다.

페이스북을 하는 것이 나름대로 유익한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원래 목적을 벗어났고, 하루 생활이 바빠서 성경을 많이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던 저의 생각과도 전혀 반대로 페이스북을 많이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번주부터 소통에 필요한 만큼만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폰을 볼 수 있게 되면 말씀을 읽는 시간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일들을 매주 반복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하는 일들은 가족과 주위 사람들과 행복한 삶을 함께 살기 위한 것인데, 때로는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오히려 주위 사람을 부담으로 느끼거나 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힘들게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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