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컬럼

399 위층에서 물이 샜습니다

2024.09.01 11:41

권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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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오후 제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위층에서 물이 많이 새고 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지금까지 10년 넘게 살면서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기 때문에 놀랐습니다. 아파트 관리인하고 연락도 안되고, 긴급전화 통화도 안된다는 이야기를 아내에게 들으면서, 제가 빨리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두 아들이 마침 집에 있어서 위층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말끔히 딲아내고, 여러 번 전화끝에 아파트 관리인이 왔다고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3층에서 누수가 되면서 저희가 사는 1층까지 물이 흘러내렸다고 하니,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퇴근 후 집에 오니 누수가 있었던 벽장에서 나온 물건들이 집안에 쌓여 있었습니다. 누수는 해결이 되었고, 전기를 사용한 것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요즘 여러가지 하는 일이 많은는데 ‘왜 이런 일이 또 갑자기 생기지?’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생각하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고, 너의 시선으로 모든 것을 보고 반응을 할거니?’라고 성령님께서 저에게 질문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잠시 눈을 감고 “하나님, 이 일을 통해 저희에게 말씀하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저희가 보고, 듣고, 깨닫고, 동참하기 원합니다!”라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토요일날 아내가 이왕 벽장에서 짐을 꺼냈으니, 이 기회에 정리정돈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정리를 하면서 저희가 지금까지 모아놓은 편지와 카드도 정리를 했습니다. 한 박스 가득한 것을 아내는 하나씩 꺼내서 읽으며 추억팔이도 하고 필요한 것들은 사진을 찍어 보관하였습니다. 어린 시절 글부터 캐나다에 와서 주고 받은 편지나 카드들까지 다양했습니다. 하나님은 저희가 삶을 돌아보며, 어떻게 살아오도록 인도하셨는지 보게 하셨습니다.

아내가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아이에게 썼던 편지들이 있었습니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그런 글들을 읽으면서 우리가 아이를 어떤 마음으로 사랑하며 기다렸는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사랑을 전하고 함께 하였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하나님이 저희를 일깨워 주셨습니다. 큰 아들이 그런 글들을 읽으면서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 때 주님께서 저의 마음에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주셨으니”라는 말씀이 떠오르게 하셨습니다. 마음과 뜻을 다하여 전심으로 한결같이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저희가 아들을 통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나님은 저희가 깨닫기 전부터 보여주시고 경험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이번 누수를 통해 “이처럼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깊이 깨닫도록 하셨습니다.

모든 순간을 통해 “내가 너희를 이처럼 사랑한다“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이 저는 참 좋습니다. 마음을 다해 우리를 사랑해주시는 하나님을 제가 나의 아버지라 부르며 마음을 다해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게 하신 것이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축복이며 은혜입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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