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7 고리타분하게 느껴지지 않는 일상
2024.06.09 19:17
권은수
우리는 반복되는 것 같은 하루하루를 변화가 없는 지루한 일상이라고 생각하며 살기가 쉽습니다. 금새 한 주가 지나며 주일이 찾아오고, 주일이 지나면 또 다시 같은 날이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느낌이 진리인 것처럼 인식될 때, 자신의 상황이 전혀 바뀔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겪고 있는 어려움이 절대로 해결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그런 상황에 갇혀져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지지만, 그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사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일상 속에서 하나님은 무엇을 하고 계실까요?
날씨가 좋아서 저녁시간에 주변을 산책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10년을 넘게 같은 장소에서 살고 있으니 늘 같은 곳을 산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나갈 때 마다 새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날씨가 다르고, 산책하는 길을 따라 자라는 꽃과 나무의 모습이 다릅니다. 지나가는 사람이 다르고, 걸으면서 아내와 대화하는 내용도 다릅니다. 어떻게 보면 늘 같은 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늘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마음이 훨씬 많이 듭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무엇을 보고 느끼는지에 따라 새로운 경험이 될 수도 있고 고리타분한 반복행동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년에 두 번 참석하는 목회자를 위한 가정교회 컨퍼런스도 늘 같은 스케쥴로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7년 째 참석을 하며 스케쥴에 익숙해져 있지만, 토론토를 출발해서 컨퍼런스를 참석하고 돌아오는 여정이 항상 똑같지는 않았습니다.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이 다르고, 공항에서 픽업나 나오는 분들이 다릅니다. 같은 교회에서 해도 몇 년에 한 번씩 하니 분위기도 다릅니다. 컨퍼런스에서 삶공부도 두 번 이상 들은 과목이 있지만 전해지는 내용의 깊이가 다르고, 함께 하는 분들과 나누는 것들이 달라서 새롭게 배우고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어디에 관심을 두는지에 따라 고리타분한 생활이 될 수도 있고, 날마다 신선하고 새로운 일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을 알아가는 신앙생활이 고리타분할 수 있을까요? 예레미야는 40년간 외쳤던 사역의 끝에서 예루살렘의 멸망을 목격하며 큰 슬픔에 잠겼습니다. 예레미야는 예루살렘의 멸망으로 슬퍼하면서도 “주님의 사랑과 긍휼이 아침마다 새롭고, 주님의 신실이 큽니다.”라고 고백하였습니다.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 같은 환경,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 초강대국인 바벨론 제국 앞에 온 세상이 무릎 꿇을 것 같은 현실 속에서도 일하고 계시는 하나님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고 깨달으며 동참하는 사람들의 삶은 변하지 않는 것 같은 일상에 대한 낙심이나 고리타분한 느낌이 생길 여지가 없습니다. 신실하게 새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감사와 기쁨으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