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 오늘도 국수네요
2023.06.18 23:15
권은수
교회를 다니면서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가 주일 오전 예배 후 식사였습니다. 매일 밥상을 대하는 가족들을 제외하고, 누군가와 밥을 먹는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시골에서는 함께 일을 할 때, 모두 모여서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어른들 생신이나 동네 잔치가 있으면 같이 식사를 했습니다. 뭔가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손님이 방문하는 일이 아니면, 대부분 가족들끼리 식사를 했던 것 같습니다.
교회에서는 예배를 마치면 언제나 점심 식사를 제공했습니다. 식사 담당이 되어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 1부 예배를 드리셔야 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집에서 밥을 할 때, 쌀을 한움큼씩 따로 모아두었다가 주일날 성미라는 이름으로 교회로 가지고 오시곤 했습니다. 어떤 날은 비빕밥, 어떤 날은 육개장, … 이렇게 밥이 제공되었지만, 멸치 국물에 담아 주시는 국수와 김치가 가장 많았던 것 같습니다.
처음 교회를 갔을 때, 점심을 먹으면서 참 감사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점심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 때만해도 국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저에게는 자주 제공되는 국수를 볼 때마다 감사함은 작아지고 ‘아… 또 국수네…’하는 마음이 많았습니다. 간단한 국수 한 그릇이라도 준비해서 함께 먹을 수 있는 공동체 – 음식을 나누며 가족이 되어가는 사랑의 공동체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3년간 공생애를 하시며 제자들과 함께 생활을 하셨습니다. 누군가의 부족함을 계속해서 본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훤히 볼 수 있다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보아라, 저 사람은 마구 먹어대는 자요, 포도주를 마시는 자요, 세리와 죄인의 친구다’라는 오해를 받을 만큼 식탁의 교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지도자들도 모세와 함께 하나님의 산에서 식사교제를 했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식사교제는 함께 먹는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음이 분명합니다.
서로 다른 식성, 서로 다른 미각, 서로 다른 식사습관, 서로 다른 기호, … 이런 모든 것을 넘어서는 그 무엇인가가 우리를 식탁의 교제로 이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먹는 가?’에 대한 관심보다 ‘당신과 함께 식사 교제를 합니다‘라는 의미가 더 소중하게 다가올 때, 식탁의 교제는 나는 그와 함께, 그는 나와 함께 먹으리라는 예수님의 마음을 공감하고 공유하는 축복의 시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주님과 동행함이 함께 하는 BTIC 가족 공동체 속에서도 풍성해지기를 축복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