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 뿌리와 꼬리, 무게감과 방향
2023.05.21 23:32
권은수
지난 1월부터 코칭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이제 몇 주만 하면 일정이 마무리 됩니다. 매주 한국 시간으로 진행되는 수업과 매주 해야 하는 실습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수업 분량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면 시작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며, 덜컥 시작한 것도 주님의 은혜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목회를 하며 살아오는 과정에서 느꼈던 필요와 부족함에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축복이 되고 있어 감사합니다.
지난 주에는 수업시간에 그 동안 배운 것들을 가지고 일대일로 실습하는 기회에 자원하였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학우들이 보고 있고, 가르치는 강사님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부족한 부분이나 고쳐야 할 부분을 점검하여 앞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긴장한 마음으로 시작하는데, 파트너가 마이크 소리가 적다고 하며 시작부터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긴장이 증폭되며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실습이 끝나고, 제대로 하지 못해서 부끄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해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피드백을 받으면서 마음이 더 어려웠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속상했습니다. 좀더 부드럽게 시작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돌발상황이 생겨 진행단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스치면서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연습할 때, 마이크 소리에 대해 말하지 않았는데…’하는 생각과 함께 ‘동일한 분이 저번에 한 번 이야기 할 때, 확실하게 점검했으면 좀더 잘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들이 제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과 이로 인해 더해지는 무게감에 잠시 멈칫하다 ‘이 일에 좋은 점은 무엇일까?’ 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배웠다고 다 잘 하는 것은 아닌데 부족함을 드러낸 것에 대한 과민반응인가? 피드백을 강사님과 학우들에게 함께 받으니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았나? 다음 실습 때, 어떻게 준비할 지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으니 더 좋은 것 아닌가?’
이번 일을 겪으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뿌리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벽주의 성향이까지는 아니더라도 배우는 학생으로서 부족함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많이 굳어져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빨리 생각을 돌이켜 나아가야 될 방향을 보며 수용하게 된 것이 큰 유익이 되어 배운 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깨닫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살면서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당황하거나 복잡한 생각의 무게감에 눌릴 때가 있습니다. 이 시간이 유쾌하지는 않을지라도 우리에게 유익함을 주는 디딤돌이 될 수는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삶의 기회 속에서 협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같이 고백하며 살아가는 BTIC 가족들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