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컬럼

300 냄비와 무쇠솥

2022.10.02 21:58

권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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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부엌에서 불을 지피며 큰 가마솥에 밥을 해서 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무쇠로 만든 솥에 하얀 김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조금 있다 솥뚜껑을 열면 맛있는 밥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바닥에 있는 누룽지에 물을 한 바가지 붙고 끓이면 아주 구수한 숭늉이 되었습니다. 어떤 날은 밥 보다 숭늉이 훨씬 더 맛있게 느껴지곤 했습니다.

무쇠솥은 쇠가 두꺼워 뜨거워지기 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립니다. 뜨거운 물에 라면을 끓이기 위해 커다란 무쇠솥을 사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작은 남비에 라면을 끓여 먹는 것이 제격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냄비에서 무쇠솥 밥맛을 내거나 구수한 누룽지를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돌아보면, 무쇠솥을 사용해야 좋을 때가 있고, 냄비를 사용하는 것이 수월할 때가 있었습니다. 무쇠솥과 냄비 중 하나만 고집해서 사용했다면, 세월을 두고 변해온 식단을 감당하는데 여러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았을 것입니다.

바뀌는 환경속에서 적절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세는 일상생활 뿐 아니라 신앙생활에서도 아주 중요합니다. 부엌에서 요리하는 음식에 따라 무쇠솥이나 냄비를 선택합니다. 한편, 신앙생활에서는 어떤 일에 대한 주님의 뜻과 그 일에 반응하는 우리의 모습의 차이를 발견할 때,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알게 됩니다.

이렇게 깨닫게 된 변화는 우리에게 크게 두 가지를 깨닫게 하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우리 자신의 삶에 일어나야 할 변화입니다. 평생 예수님을 닮아가는 것이 신앙생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공사중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공사현장은 불편한데, 주님은 그런 우리와 함께 하시는 것을 기뻐하십니다. 두 번째는, 지금까지 깨닫지 못하고 살아온 우리를 용납하며 인내해주신 주님의 은혜입니다. 공사를 할 때, 순서에 따라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시공을 해야 건물이 안전하고 튼튼하게 지어집니다. 급하다고 서둘게 되면 언젠가 부실공사의 여파가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예수님을 닮아가는 변화도 주님의 스케쥴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옆에서 바라보다 급하게 서두르면 어떻게 될까요? 여러 사람이 마음고생을 하는 일이 생깁니다. 우리 삶에 변화가 필요한 부분을 보며, 그런 변화가 생기지 않는 주위 사람들의 연약함을 긍휼히 여기는 것이 받은 은혜를 흘려 보내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있음을 기억하며, 이미 변화된 모습이 있음을 감사하는 것이 주님이 하신 일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받은 은혜를 잘 흘려보내고, 주님이 하신 일을 감사하며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BTIC 가족들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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