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 남의 속도 모르고 / 이수관 목사
2022.05.15 23:21
권은수
저는 목요일 쉬는 날에는 집 앞에 자동 세차장에서 세차를 합니다. 값이 워낙 저렴한데다 실내 베큠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부담 없이 일주일에 한번은 하는 편입니다. 보통 목요일 낮에 약속이 있으면 15분 정도 일찍 나가서 세차와 베큠을 하고 약속장소로 가곤 하지요. 아내와 함께 나가는 날은 자동 세차 후 눈이 안 보이는 아내는 보통 자리에 앉아 있고, 제가 재빨리 베큠을 하고는 떠납니다.
어느 날도 여느 때처럼 아내를 옆자리에 태우고 세차를 한 후 베큠하는 곳에 차를 세웠습니다. 제 옆에는 중국 사람으로 보이는 동양인 부부가 베큠을 하고 있었는데, 정말 차를 분해소지를 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남편은 내부에서 아내는 외부에서 꼼꼼히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여느 때처럼 빠른 속도로 걸레로 필요한 부분에 마름질을 하고는, 그 다음에 운전석 바닥을 베큠을 하고 다음에 옆 좌석의 바닥을 베큠을 했습니다. 아내는 당연히 평소처럼 앉아서 한 다리 들어주고 다른 다리를 들어 주면서 전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내의 자리를 열심히 베큠을 하고는 허리를 펴는데 보니 건너편에서 열심히 차를 닦고 있던 여자 분이 우리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저 여자는 무슨 복이 많아서 저런 대접을 받고 사나…’ 하는 얼굴이었습니다.
웃음을 참으며 차를 출발한 후 아내에게 그 얘기를 해 주면서 서로 깔깔 거리며 웃었습니다. ‘그 여자분 갑자기 남편에게 걸레를 집어 던지면서 나 안 해!’ 그러지 않았을까? ^^’ 정말 부부 싸움이라도 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아내와 오랜만에 중국 식당에 갔습니다. 몇 가지 요리를 시켰습니다. 요즈음 아내는 식탁 위의 음식을 잘 못 봅니다.특별히 한국 음식은 대충 밥과 반찬이니 반찬이 어디에 뭐가 있다고 한 번씩 손으로 위치를 잡아주면 곧잘 먹습니다. 하지만 외국 음식은 다르지요.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을 때, 위에 얹어진 것 또는 옆에 있는 것을 같이 집어야 하고, 그것이 때로는 세 가지에 이를 때도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때론 제가 집을 수 있게 해 주어야 하고, 아니면 숟가락 위에 올려 줄 때도 있고, 때론 너무 복잡하면 입에 넣어 주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날도 그렇게 아내의 먹는 것을 도와주고 입에 넣어주고 하다가 고개를 들면서 보니 맞은편 탁자에서 식사를 하다가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한 중국 여인을 보았습니다. ‘저 여자는 무슨 복이 많아서 저런 대접을 받고 사나…’ 하는 그 똑같은 얼굴이었습니다. 웃음을 참으며 아내에게 얘기하다가 깔깔 웃었습니다. ‘그 여자분 갑자기 남편에게 젓가락을 집어 던지면서 나 안 먹어!’ 그러지 않았을까? ^^’ 하고 말이지요.
이처럼 우리는 바깥으로 보이는 것으로 상황을 판단할 때가 참 많습니다. 그야말로 남의 속도 모르고 오해를 하는 것이지요. 물론 저의 경우는 좋게 봐주는 경우가 될 테니까 상관없지만 이런 식으로 오해를 받거나 미움을 받는 일도 우리 주변에는 정말 많습니다. 즉, 얼핏 본 것으로 누군가를 오해하고, 판단하고, 미워하는 것이지요. 이럴 경우 대부분 내 선입견으로 인한 판단이 워낙 강하게 자리 잡기 때문에 상대방이 아니라고 해도 소용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하기 전에 ‘무슨 사정이 있겠지’ 하고, 본인의 설명을 들어 보기 전에는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아니라고 할 때는 ‘못 믿겠어’ 하지 말고 믿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 주변에 억울한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