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컬럼

277 우리가 걸어가는 길

2022.04.24 23:17

권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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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할아버지 집에 심부름을 간 적이 있습니다. 심부름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소나기가 엄청나게 내렸습니다. 도로를 따라 한 참을 걸어 가고 있었는데, 주위에 소나기를 피할 곳이 없었습니다. 비를 흠뻑 맞으며 걸었습니다. 여름이었지만 쏟아지는 소나기에 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도로에 가끔씩 다니는 버스나 트럭들을 제외하고는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았습니다. 한 참 걸어가는데, 승용차가 지나가다 제 옆에 차를 세웠습니다. 나이가 든 여자분이었습니다. 저에게 어디를 가는지 물어보시고, 제가 탈 수 있도록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비를 흠뻑 맞은 상태로 조수석에 탔습니다. 제가 춥다고 히터를 세게 틀어주었습니다. 자동차에서 나오는 따뜻한 바람에 추위가 풀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가용을 탄다는 것이 신기했고, 비가 쏟아지는 도로를 조수석에서 보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조금 천천히 가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을 만큼, 금방 집이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소나기를 맞고 간다고 차에 태워주신 것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비에 흠뻑 젖은 옷에 자동차 좌석이 다 젖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에게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좋은 기억들중 하나입니다. 우리 삶에 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일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우리를 어둡고 춥게 만드는 일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따뜻한 기억들은 우리 삶이 얼마나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어떤 사람들은 따뜻한 기억을 붙잡고 어렵고 힘든 시간을 잘 견딥니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해줍니다. 어떤 사람들은 춥고 어두운 기억의 무게 때문에 따뜻함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조차 없기도 합니다. 그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차가움을 주는 때가 많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필요한 것을 예수님께 얻는 것에서 만족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예수님이 주시는 것에 관심이 없고, 오직 자신들의 관심대로 예수님을 해석하려고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예수님 곁에서 시간을 보내며, 예수님을 알아가고 닮아갔습니다. 주님의 손길로 자신들의 필요가 채워지고, 치유와 회복이 일어날 때 사람들의 마음이 어떠했을까요?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게 하시며 회복하시는 자상함을 경험할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신앙생활은 이런 예수님께 잘 붙어 있는 것을 연습하는 것입니다. 이런 삶을 연습하는 성도들이 지나가는 길에도 주님의 따뜻한 마음, 자상한 손길, 온유하신 섬김의 모습이 남지 않을까요? 이런 멋진 삶을 함께 살아가며 예수님의 흔적을 남기시는 BTIC 가족들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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