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 사랑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2021.12.26 21:54
권은수
둘째 아들이 지난 가을부터 요리사가 되겠다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매주 이틀 정도는 음식을 만드는 주방용품을 아주 큰 쇼핑백에 담아 학교에 갔습니다. 이틀 중 하루는 수업에 저녁에 있어 요리한 음식을 가지고 오는 아들을 픽업해주었습니다. 서툰 솜씨로 만든 것이 맛있을 때도 있었지만, 실패해서 속상해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학기를 잘 마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사했습니다. 학기가 끝날 때쯤 되면서 눈에 띄는 변화들 중 하나가 음식을 준비하는 태도와 방법이었습니다. 가끔씩 집에서 저녁을 준비할 때, 자신이 배운 대로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특했습니다.
이번 성탄절 저녁은 두 아들이 레시피를 정하고, 저희가 식재료를 준비해주었습니다. 아직 한국 음식이 서양식보다 친근하기 때문인지 원하는 재료들 중에는 저희가 처음 보는 것들이 꽤 있었습니다. 재료를 준비하고, 레시피에 따라 이것 저것 만드는 것을 옆에서 도와주었습니다. 몇 가지를 준비하면서 학교에서 배운 것이 있어 잘 하는 것도 있었습니다. 어떤 것은 원하는 것처럼 되지 않아 속상해 했습니다. 크렘브륄레(Crème brûlée)와 티라미슈 잘 안된 것 같다고 아들이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잘 만들어져서 먹으면서 모두 칭찬해주었습니다. 처음해서 서툴고, 익숙하지 않아 실패하기도 하고, 마음처럼 되지 않아 속상하기도 한 순간을 잘 지나온 결과로 즐겁고 감사한 성탄절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은 음식처럼 보였지만 막상 먹어보면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었는데, 이런 실패가 쌓이면서 나아지는 모습에 감사했습니다.
성도들은 “하나님께서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사람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라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성탄절을 통해 깊이 묵상하게 됩니다. 바로 그 사랑이 성도의 삶을 채우고 이웃으로 넘쳐 흘러갈 때, 세상은 “하나님께서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신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하나님의 사랑을 충만하게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랑의 깊이와 넓이와 높이와 깊이가 우리의 이해를 넘어선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서툴고, 어색하고, 불완전한 사랑의 모습이 이웃에게 전해지기 시작합니다.
나름대로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지만 상대방은 전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제대로 전하지 못한 것 같은데 하나님의 사랑에 감격할 수도 있습니다. 어색하고 서툴지만 자신이 경험하는 하나님의 사랑을 흘려보내는 사람이 결국 성숙한 모습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성탄절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자신의 삶에서 풍성히 누리고,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자녀’임을 그 사랑을 흘려보내는 일상생활을 통해 확인하는 BTIC 가족들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