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 김치를 담그며 드는 생각
2021.10.31 22:01
권은수
식품점에서 가을 김장 배추 세일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내가 김장을 하자고 했습니다. 제가 시간을 내어 할 것도 있어서 겸사겸사 이틀간 휴가를 냈습니다. 목요일 오후에 배추를 사서 저녁에 소금에 저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저희 가족 모두 김치를 좋아해서 배추김치를 세 박스를 담았는데, 생각보다 일이 많았습니다. 배추를 사서 소금에 절이는 일을 도와주고, 양념을 할 때 옆에서 거들어 주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김장을 도와준 것은 처음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김장을 담그면서 어릴 때 시골에서 김장을 담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밭에 가득 자란 배추를 수확해서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미리 준비한 커다란 항아리에 가득 채운 소금 물에 절였습니다. 아주 큰 그릇에 양념을 잔뜩 준비해서 온 가족이 모여 배추를 절인 후 땅에 뭍은 항아리에 차곡차곡 쌓아서 겨울 내내 먹었습니다. 옆에서 지켜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방금 절인 아삭아삭한 김치 맛에 마냥 좋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겨울 내내 먹을 수 있도록 정말 수고가 많았다는 것을 그 때는 깊이 깨닫지 못했습니다.
김치를 담그면서 무, 마늘, 생강, 파, 갓, 양파, 액젖, … 등 여러가지를 다듬고 준비해서 양념을 만들었습니다. 소금에 절인 배추를 다시 물에 씻어서 물기를 빼면서 기다렸습니다. 그런 다음 양념에 배추를 넣으면서 맛있는 김장 김치가 되었는데, 맛있게 익을 때 까지 또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런 여러 과정을 거쳐야 식탁에서 입맛을 돋우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겪는 여러 일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갖가지 양념들 중에 어떤 것들은 그냥 먹을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다른 것에 더해 지면서 그 맛을 풍성하게 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맛있는 김치가 될 수도 있지만, 맛을 제대로 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어떤 일들은 겪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경우도 있고, 어떤 일들은 그 자체만으로 삶에 좋은 교훈을 주는 것들도 있습니다. 각자를 놓고 보면 잘 이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런 것들이 하나 둘 씩 연결되면서 우리 삶에 예수님을 닮아가는 모습이 점점 많아 지는 것 같습니다.
몸의 각 부분이 만들어 내는 작은 행동이나 표정들을 통해 우리의 인격과 성품이 드러나는 것처럼, 우리 각자의 삶이 이야기가 모여져 우리 가정의 분위기를 만들어 갑니다. 우리 각자의 신앙생활이 모여서 교회 공동체의 영적인 분위기와 문화를 만들어 갑니다. 우리가 함께 이루어 가고 있는 모습은 어떤 맛과 향기를 내고 있을까요? 크고 작은 경험과 이야기들이 잘 어우러지며 세상이 깜짝 놀라게 하는 아름다운 하나님 나라의 맛과 향기를 내는 BTIC 가족들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