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컬럼

251 서리가 온다고 해서

2021.10.24 21:41

권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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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제가 사용하는 전화기를 보니 일기예보에 서리가 올 것 같다고 빨간 경고창이 뜨면서 알려주었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화분들을 대부분 정리해서 필요한 것들은 집안으로 들였기에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바깥에 있는 화분들 중에 저의 키보다 높게 자란 깻잎들이 생각났습니다. 추워지는 날씨지만 여전히 잎이 자라고 있는 데 서리가 오면 다 상하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아내와 같이 큰 잎사귀들만 모아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습니다.

손을 높이 올려서 한 잎 씩 따면서 몇 가지 감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해마다 깻잎을 키웠는데 올 해 가장 잘 자란 것들이 감사했습니다. 화분에 흙을 새로 준비하고, 이전 보다 조금 더 영양분이 신경을 써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창문을 열고 푸르름을 볼 수 있었고, 필요하면 금방 따서 먹을 수 있던 것이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지난 몇 일 갑자기 추워지는 날씨였는데, 꿋꿋이 서서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 감사했습니다. 힘들거나 어려운 일을 겪게 되면 불평도 하고, 어디로 피할 수 있을까 궁리하던 모습이 떠오르면서 주님 앞에서 저의 태도를 돌아보았습니다. 피조물도 썩어짐의 종살이로 인해 신음하고 있다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사계절이 이 땅에 시작된 것이 노아의 홍수 직후이니, 그전까지 만물이 마음껏 성장하며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움을 드러내지 않았을까요? 봄에 싹을 틔우며 무럭무럭 성장하다 추워지는 날씨에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을 보면, 주님 앞에 설 때까지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 모습도 이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아침에 일어나 거실 문을 열고 서리가 왔는지 확인했습니다. 앙상한 가지에 작은 잎들만 달려있지만 괜찮아 보였습니다.

좋은 환경 속에서 잘 자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세상의 흐름이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이 땅을 살아가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요? 불쑥 찾아오는 일들이 우리의 숨겨진 마음을 드러내어 불편할 수도 있고 부끄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순간이 오히려 악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우리를 세상의 빛으로 세워 가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을 깊이 알게 하는 축복의 순간은 아닐까요?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모든 것이 평안한 날들 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날들도 아름답고 영화로운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게 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이런 멋진 하나님의 놀라운 일하심이 가득 넘치는 BTIC 가족들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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