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컬럼

223 머리가 아주 많이 길었습니다

2021.04.11 17:32

권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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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대로라면 내일 낮에 미용실에 들려 머리를 깎을 계획이었습니다. 지난 겨울부터 이발을 하지 못해서 상당히 길어진 머리카락으로 불편했기 때문에 내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난 수요일 저녁에는 행복의 길이 있었고, 목요일에는 경건의 삶이 있었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회사에서도 일이 바빴고 내일부터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목회자 컨퍼런스를 위해 이미 휴가를 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 하는 수 없이 4주를 더 기다려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사춘기를 겪던 시절 멋있다고 생각하며 머리를 조금 길렀던 기억은 있지만 지금처럼 6개월 정도 머리를 길게 하고 살았던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의 긴 머리를 보고 답답하게 느끼는 분들도 있고, 팬데믹 상황이라서 그렇다고 이해해 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자연스럽게 파마가 된 것 같아 멋있다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같은 머리를 보고도 사람마다 생각과 반응이 다르다는 것은 우리가 어떤 사실에 대해 얼마나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해줍니다.

처음 토론토에 와서 머리를 깎으며 미용실을 이곳 저곳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지금 다니는 미용실을 계속해서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계속 다니다 보니 자리에 앉으면 제 마음에 쏙 들게 해 주시니 더 편하게 다니고 있습니다. 지난 6개월 정도 이렇게 머리를 길게 된 것은 몇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계속되는 LOCKDOWN으로 제가 다니는 미용실이 문을 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길어진 머리카락으로 불편함을 느끼면서 잠시 생각해 보니, 팬데믹 기간동안 어려움을 당한 분들이 상당히 많은 것에 비해 저희는 큰 어려움없이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길어진 머리카락이 주는 불편함은 오히려 그런 상황에 있는 분들에 비하면 정말 아주 작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직업은 아니지만 손재주가 있어 머리를 잘 깎아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었을 때 머리를 깎아 주겠다고 하신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불편함을 감내하며 때를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제 자신을 훈련하는 기회로 삼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고 싶어하고, 불편한 것들을 제거하려고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을 바꾸려고 합니다. 누구나 그렇게 하려는 것은 당연한 생각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추구하는 우리 행동의 이면에 있는 숨은 동기는 무엇일까요?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일까요? 저도 이런 부분에 대해 아직도 고민하고 배워가는 중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저희를 움직이는 동기가 되어 일상을 살아가는 저와 BTIC 가족들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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