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컬럼

215 너무 심각하였었습니다

2021.02.14 21:42

권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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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주간은 회사일로 정신 없이 바쁘게 지냈습니다. 이것저것 테스트해보고, 개선점이나 문제점을 찾아서 분석하며 해결해야 하는 일이어서 신경을 곤두세우며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책상에서 모니터만 바라보며 심각한 얼굴로 앉아 있는 제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최선을 다해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렇게 심각한 얼굴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마음은 들었지만 표정은 쉽사리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너무 심각하게 일했다는 생각에 금요일에는 퇴근하면서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모르는 부분에 대해 배우고, 비슷한 일을 처리한 사람들이 올린 인터넷 자료들을 뒤져보고, 여러가지 시나리오로 테스트를 하였습니다. 일이 잘 해결되도록 매순간 기도도 하고 목장에 중보기도 부탁도 했었습니다. 일을 처리하면서 제가 모르고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 어떤 점들이 해결되어야 하는지, 앞으로 계속해서 고민해야할 부분은 무엇인지에 대한 그림들이 그려졌습니다. 이 일에 집중하도록 제가 하던 업무를 대신 해주는 동료들의 도움도 컸습니다. 주님의 도우심으로 일은 잘 해결되고 있지만, 너무 신경을 썼는지 입안이 헐어 말을 할 때나 음식을 먹을 때 통증이 있습니다. 일이 저를 엄청 심각한 사람으로 만들고 저의 몸까지 상하게 하는 것처럼 보여졌습니다. 제가 차근차근 여유를 가지고 했더라면 시간은 지금 보다 더 많이 걸렸겠지만 몸도 상하지 않고 동료들의 수고도 덜 수 있었을 텐데, 너무 무리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신앙생활을 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떤 계기를 통해 신앙생활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면 지금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주님 뜻에 순종하려고 노력하는 일들이 상처로 남아 신앙생활이 우울하지는 않을까요? 너무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면서 자신과 주변 사람들 모두 힘들어 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구원받은 기쁨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님 뜻대로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바뀌어 힘들어 하고 있지 않을까요? 이런 분들은 대부분 신앙생활을 자신의 생각대로 이루어 가려는 열심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도행전 말씀을 매주 나누면서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깊이 만나는 신앙생활이 어떻게 사람들을 변화시켜 가는지 보게 되었습니다. 자기 생각과 일로 마음이 분주해서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면 스스로를 보지 못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삶 속에서 주님과 함께 하는 모습을 한결같이 보여주는 바울의 모습이 제 마음을 울렸습니다. 바쁜 직장일 처리하면서 심각해지고 무리해서 몸도 상하는 제 모습과 많은 비교가 되었습니다.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늘 함께 하시며 매순간 잘 되기를 바라는 주님의 마음을 알고 자신이 겪는 상황 속에서 그 주님의 인도하심과 도움을 받으며 차분히 감당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구나‘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의 삶을 채워 달라고만 하지 않고 나의 삶을 내어드리는 모습으로 바뀔 때 오히려 하나님은 더욱 크게 일하시며 영광을 받으시는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열심히 해서 일은 해결되었지만 제가 일하는 모습 속에서 주님은 어떻게 보여졌는지 되돌아 보게 됩니다. 우리 삶에서 주님의 일하심과 성품이 더욱 잘 드러나는 삶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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