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 사실과 원인
2021.01.10 22:01
권은수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에 대한 간결한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서양의학은 눈에 드러나는 현상 치료에 집중하고, 동양의학은 그런 현상이 생기게 된 원인을 다스리는 것에 집중한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서양의학은 증상이 드러난 것에 대해 병을 치료하는 것이 발달했고, 동양의학은 질병의 기초나 원리를 찾아내기 때문에 보약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서로 입장 차이로 인해 서로 비방하고 대립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병에 대한 서로 다른 접근과 치료방법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사람의 생명을 돌본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두 의학이 가지고 있는 병에 대한 접근법이나 이해, 치료 방법에 대한 차이를 이해하며 사람의 생명을 돌보는 일에 양쪽의 좋은 점을 수용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이 글을 읽으며 사실과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을 사실이라고 합니다. 대부분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일어난 일을 해결하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 있지만, 어떤 경우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자세히 살펴서 원인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뉴스나 SNS등으로 전해지는 소식, 누군가를 통해 전해 듣는 일, 우리가 눈으로 보고 경험하는 일까지도 눈에 보이는 사실에 따라 주저없이 우리 입장을 정하고 반응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사실에 대한 원인까지 살피기 보다, 사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결정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에 왜 그런 입장에 서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해는 소홀히 하면서 내가 보는 사실에만 기초해서 서로 다른 입장에 서게 되면 쉽게 비난하거나 정죄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습니다.
성도들은 날마다 부딪히는 여러가지 사실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며 살아야 할까요? 어떤 일들은 ‘그랬구나‘, ‘그럴 수 있겠구나‘라고 하며 보여지는 사실에 따라 반응해야 하지만, 어떤 일들은 ‘왜 그렇게 했을까?’, ‘어쩌다 그런 일을 겪게 되었을까?’하고 살펴보는 부분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훈련은 각자 상황과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에 수학공식처럼 만들어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시고, 보살피시며, 인도하셔서 예수님 닮아가게 하는지 경험하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그런 부분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주님은 성령님을 통해 때로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 대해 말씀하시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 마음 속 깊이 감춰져 있는 내면의 동기를 드러내셔서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웃과 관계를 맺고 그들을 사랑하는 모습은 하나님과 사랑의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도 어떤 사실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가족들 사이에서도 어떤 일에 대해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직장이나 친구 사이에서도 그런 일들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눈에 보이는 사실에만 의지해서 모든 것을 이해하고 판단하고 반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실과 함께 그 일에 대한 원인(동기)까지도 깊이 볼 수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며 반응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때 그들을 공감하거나 품어주며 사랑의 마음으로 간절히 중보기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마음이 부어질 때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여라’는 말씀을 우리 삶에서 좀더 잘 이루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일상의 소소한 일들에 조차 깊이 경험하여서, 눈에 보이는 이웃의 겉모습을 넘어 마음까지 헤아리며 사랑할 수 있는 BTIC 가족들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