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 좋은 만남 나쁜 만남
2020.11.22 22:28
권은수
오늘은 날씨에 예보된 대로 아침부터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그리 많지 않아 보이는데 나뭇가지와 길가에, 그리고 차 위에 소복소복 쌓이는 눈을 보며 ‘드디어 겨울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요일날 설교 준비를 하며 새벽까지 있는 때가 많아 평소 같으면 아침에 조금은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주일 사역을 준비하는데 오늘은 알람을 맞추어 놓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했습니다. 알람을 끄고 뒤척이다 늦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서 회사로 출근을 했습니다.
어제 저녁에 가계를 담당하는 매니저 한 분이 저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월요일부터 28일간 Lockdown이 되기 때문에 손님들이 많이 와서 떨어진 물건이 있다고 했습니다. 주일 아침에 물건을 준비해주면 가게에 가지고 가서 장사를 하겠다고 부탁을 했습니다. 누구에게 부탁을 해야 할지 아니면 제가 시간을 만들어야 하는지 잠시 망설여졌습니다. 일요일 아침은 쉬는 사람들에게는 늦잠을 자거나 여유를 가지고 보내는 시간일 것 같아 고민이 되었고, 저는 주일 사역을 준비해야 하는데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아침부터 출근해서 일을 하는 것이 크게 부담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른 아침이라 조금 잠을 줄이고 일어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청하는 물건의 양도 많지 않아 한 명이면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일찍 출근을 해서 요청한 물건을 약속대로 9시까지 준비해 드렸습니다. 평소보다 손님들이 아주 많이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둘러 퇴근하려는 발걸음을 멈추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바로 옆에 있던 가게도 물건이 필요한 것 같아 확인하고 준비해서 갖다 주고 오니 11시가 되었습니다. 아내가 제가 꺼리는 일을 누군가에게 떠맡기지 않고 직원들 생각하고 회사 생각해서 직접 다녀온 것이 잘한 것 같다고 칭찬해 주었습니다. 가게 매니저가 연락을 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갈 일이었는데, 꼼꼼하게 챙기는 것을 보니 회사에 참 좋은 일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종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건을 차에 실으며 ‘매니저님이 직접 나오셨네요~’라는 말을 들을 때 제가 결정을 잘 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좋은 만남을 만들어 가고, 어떤 사람들은 나쁜 만남을 만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잘하거나 남을 배려하며 격려하는 사람은 좋은 만남을 만들어 갑니다. 자기 중심적이고 다른 사람을 이용하며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나쁜 만남을 만들어 갑니다. 예수님을 믿기 때문에 잘해야 된다는 생각에 좋은 만남을 위해 힘쓰다 지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이용하거나 이기적이면서도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낼 수도 있습니다. 좋은 만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때로는 우리 안에 연약함 때문에 그렇게 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저도 제 안에 있는 연약함이나 다듬어지지 않은 성품 때문에 좋은 만남으로 잘 지속되지 못하고 끝난 경우도 있습니다.
돌아보니 하나님이 주신 사랑과 은혜가 우리를 채우고 넘쳐서 흐를 때 좋은 만남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변함없는 사랑과 인내로 함께 하시는 주님과 깊은 만남이 우리로 하여금 좋은 만남을 지속하게 하시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그 은혜와 사랑으로 채워지고 넘쳐흘러서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만남을 경험케 하는 BTIC 가족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