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 결과는 맡기고 과정을 누리십시오
2020.11.15 22:26
권은수
지난 금요일은 휴가를 내어 쉬게 되었습니다. 오전에 아내와 가까운 근교에 몇 시간이라도 다녀오려고 했습니다. 마침 큰 아들이 괜찮은 곳이 있다고 소개해주어서 Greenwood Conservation Area를 다녀왔습니다. 저희가 사는 곳에서 30분 정도 동쪽으로 떨어진 곳입니다. 출발할 때 흐린 날씨가 가는 도중에 비로 바뀌었습니다. 비가 계속 내려 주변 길을 따라 드라이브만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GPS를 따라 가다가 순간 진입로를 놓쳐서 Greenwood Conservation Area 외곽을 따라 한 바퀴 돌게 되었습니다. 돌면서 입구로 다시 오는 길에 주변 도로 곳곳에 푯말과 함께 차를 몇 대 정도 댈 수 있는 작은 주차장들이 보였습니다.
마침내 입구를 찾아 주차를 하고 내릴 때쯤 되어 비가 그치고 해가 나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중간이 비가 온다고 다시 돌아갔다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구에 산책길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서 있었습니다. 지도를 살펴보니 입구를 놓쳐서 주변길을 따라 돌아오면서 보았던 곳들로 연결된 여러 갈래의 산책길들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입구를 놓쳐 시간을 낭비한 것처럼 보였는데 덕분에 주변 지역에 대해 금방 파악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산책길을 따라 가면서 방향을 잡고 쉼없이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개울을 따라 한참을 걷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약간은 등산하는 듯한 분위기로 늦은 가을의 정취에 흠뻑 빠졌습니다.
언제나 모든 일이 이렇게 해피앤딩으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날씨 때문에 모든 계획을 취소했던 때도 있고, 나갔다가 갑자기 바뀐 날씨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은 일도 여러 번 있습니다. 이럴 때 가장 큰 어려움은 실망감과 함께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루를 망쳤다거나 이번 계획은 끝났다는 생각에 무의미하게 보냈던 때도 있습니다. 바꿀 수 없는 것들 때문에 주어진 상황 속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놓친 때가 꽤 많았습니다.
신앙생활도 그런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잘 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때는 ‘정말 이렇게 일이 이렇게도 잘 안풀리까?’하는 생각이 들만큼 답답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도행전을 계속해서 나누면서 풀리는 일보다 그렇지 않은 일이 더 많은 사도 바울을 깊이 생각하는 기회를 갖고 있습니다. 때로는 답답해서 속이 터질 것 같고, 때로는 좋은 일을 하다가 죽을 만큼 맞아야 했고, 때로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계속 걸어야 했던 수많은 날들을 실망감과 함께 흘려보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보다 그렇지 못한 것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원하지 않는 것들이 계속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하지 못하는 것들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해피엔딩만 꿈꾸고 있다면 꿈만 꾸다 끝나지 않을까요? 해피앤딩이 되려면 지금 행복하게 살아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매주 목장에서 삶을 나누면서 힘든 일도, 기쁜 일도, 마음 상하는 일도, 즐거운 일도 웃음 꽃으로 승화시키며 감사하고 내일의 소망을 기도로 올려드리는 삶을 허락하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