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 이런 공동체가 있어 행복합니다
2020.10.18 22:18
권은수
어제 점심 식사를 하고 아내와 집 근처에 있는 산책로는 잠시 걷게 되었습니다. 햇빛이 울긋불긋한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며 더욱 화사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내는 낙엽을 밟으며, 떨어진 예쁜 낙엽을 몇 개 집으며 짧은 시간이지만 가을길을 같이 산책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했습니다. 나오지 않았으면 집안에서 창문 너머로 보는 가을 느낌이 전부였겠다고 했습니다. 잠시라도 시간을 내서 가까운 곳이라도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되돌아보니 우리 삶에도 어떤 결정을 하지 않았으면 결코 경험하거나 누리지 못했을 소중한 것들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저에게는 그 중에 하나가 당연히 가정교회를 만난 것입니다. 어떤 목사님의 소개로 몇 년 전에 가정교회 목회자 세미나를 참석하면서 이 모든 일들이 시작되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휴스턴 서울교회 세미나를 참석했고, 그 때 받은 충격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백 여명이 넘는 목회자와 선교사님 부부들이 참석했습니다. 정성을 다해 섬기면서 이 중에 몇 분이라도 건강한 신약교회를 회복하기 위해 가정교회를 할 수 있다면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며 “아주 작은 가능성을 위해 왜 이렇게까지 섬길까?”하는 질문을 제 스스로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 가정교회를 시작하게 되었고, 어느 덧 4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고 있습니다. 외적으로 보이는 연약함으로 마음이 어려울 때도 가끔은 있지만 세미나 참석해서 배웠던 성경적인 원칙이 구체적이며 실천적인 형태로 저의 삶과 목회에 스며들고 있음을 보며 그 때 결정을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매주 목장 모임과 매달 지역모임, 그리고 일 년에 두 번 있는 목회자 컨퍼런스를 통해 건강한 신약교회 모습을 가슴에 새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음에 새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삶으로 경험할 수 있어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체질화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에서 참 멀리 떨어져 있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주님의 뜻을 따라 살기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분들과 웃고 울며 삶을 나누다 보니 예전보다 많이 좋아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번 지역 모임은 토론토 지역에서 가장 연장자이신 목사님 가정이 섬겨주셨습니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식사를 하고 삶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하늘에 별이 초롱초롱해졌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함께 간절히 중보기도로 마쳤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감사했습니다.
신앙공동체는 각자 경험하는 하나님의 선하심을 나눌 때 더욱 풍성해지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금요일 목장 모임에서도 그러했습니다. 나의 풍성함은 흘려 보내고, 나의 연약함은 나눔을 통해 온전해지는 축복 – 이런 일들이 쌓이면서 나도 모르게 신앙생활을 배우고 누리며 나눠주게 됩니다. 이런 공동체를 허락하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