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컬럼

175 날을 샜습니다

2020.05.10 22:32

권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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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갑작스럽게 바뀐 일상을 한 달 넘게 살고 있지만 여전히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은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다니는 직장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주문량이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늘어났습니다. 늘어난 업무처리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빠르게 변화되는 상황에도 잘 대처하고 싶은 마음과 달리 한 발짝 늦어지는 것 같은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함께 일하는 분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며 감사하면서도, 한 편으로 같이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것 같은 저의 모습으로 인해 많은 실망감과 함께 자신에게 화가 났습니다. ‘나도 잘 할 수 있는데…’, ‘나도 잘 하고 싶은데…’라고 생각할 수록 일은 꼬이고, 실수는 많아지며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런 저의 모습을 힘들지만 받아들이며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차분하게 생각해보니 몇 가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첫 번째는 목회 사역과 직장이라는 두 가지 일을 하며 서로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부분 때문에 빠르게 변하는 회사일에 좀 더 적극적이지 않았던 저의 태도였습니다. 회사에서는 최선을 다해 일을 하지만 사역에 집중을 하다 보니 업무처리는 열심히 해도 한 발 앞서 생각하고 준비할 여유는 갖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며 일에 대한 피로감과 업무에 대한 무게가 더해지면서 관계에도 어려움이 생긴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려면 주님과 관계를 잘하며 사회에서도 자신의 몫을 잘 감당해야 하는데, 이 부분을 제대로 못하고 있었습니다.

성도로 살아가는 사역의 현장은 가정, 사회, 교회로 구분 될 수 있으며 그 우선순위를 상황에 따라 조정해야한다고 삶 공부에서 가르쳤는데, 이번에는 제가 삶에 적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목장에서 기도제목으로 나누었고, 가장 먼저 제가 할 수 있고 꼭 해 야하는 부분이 새롭게 시작된 업무를 처리하는 프로그램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난 주일 저녁부터 밤을 꼬박 새워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벽에 어려운 부분이 있어 상당한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주님이 지혜를 주시고 차근차근하도록 마음의 평안을 주셨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완성된 프로그램을 가지고 출근하면서 지난 몇 주 동안 혼자 힘으로 수습하려고 했던 저의 모습을 깨닫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회개하였습니다.

월요일부터 퇴근후에도 늦게까지 일하며 시스템 이전하는 것도 잘 마무리 하게 되어, 일하는 시간이 절약되고 업무 효율도 높아졌습니다. 평소 같으면 벌써 입안이 헐고 힘들었겠지만, 몸이 피곤한 것 말고는 건강해서 이 또한 주님의 은혜입니다. 이 번 일을 겪으면서 남을 돕는 섬김을 주저했던 모습과 자신의 힘과 능력으로 급하게 해결하려고 했던 부분을 깨닫게 하시고, 저의 삶에서 일하시는 하나님께 시선을 맞추도록 조정하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세상에 복이 되는 삶은 내 힘과 능력, 나의 습관이나 열심을 통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보이시는 일에 순종하여 자신을 내어줄 때 가능하다는 것을 깊이 체험하며 감사했습니다.

함께 중보해준 BTIC 식구들의 간절한 기도와 옆에서 함께 해준 직장 동료들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우리 삶의 변화로 우리 자신들 뿐 아니라 주변사람들이 함께 그 능력과 축복을 누릴 때 우리는 세상에 복이 되는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로 살아갈 것입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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