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컬럼

172 매뉴얼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2020.04.19 11:51

권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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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 조립용 선반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물건을 놓을 수 있는 직사각형 판들과 그 판을 서로 연결해주는 기둥들, 그리고 벽에 고정할 수 있는 클립 두 개와 두 개의 작은 버팀이 한 팩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조립하려고 설명서를 보니 아주 단순하고 쉽게 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같이 일하는 직원하고 각자 한 팩 씩 조립했습니다. 여러 장으로 된 판을 거의 다 연결할 때쯤, 동료 한명이 판을 연결하는 기둥을 반대방향으로 연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매뉴얼을 살펴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아래 위가 어느 쪽으로 연결해도 조립은 되었지만, 방향을 바꾸니 훨씬 더 견고하게 되었습니다. 복잡한 것이 아니라 쉽게 생각하고 눈으로 대충보고 시작한 조립이었는데 거꾸로 하고 있었다는 것이 황당했습니다. 아무리 쉬워 보여도 때로는 잘못할 수 도 있다는 교훈을 얻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예수님과 함께 사역을 하면서 ‘이렇게 하시겠지?’라고 기대했던 것들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죽으심으로 실망한 제자들이 엠마오로 내려가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고, 그들의 마음을 열어 성경을 깨닫게 하실 때 다시 예루살렘에 있는 제자들을 만나기 위해 올라갔습니다. 그 곳에 모인 제자들 가운데 나타나셨을 때도 그들의 마음을 열어 성경을 깨닫게 하였습니다. 성경 말씀을 읽고 깨닫는 것은 큰 축복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성경 말씀은 깨닫는 기쁨을 위한 지적 유희(intellectual play)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깨닫고 살아갈 때 우리에게 능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목장 모임에 참석하고, 주일 예배를 드리면서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아~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하고 어깨너머로 배우면서 자신의 경험과 지식으로 이해하면서 적응해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예수님의 제자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말씀을 통해 깨닫고 살아내는 기회를 갖지 않는다면 자신의 만족을 위한 종교생활에 빠지기 쉽습니다. 건강한 신앙생활은 성령의 이끄심으로 말씀을 듣고 깨닫으며 예수님과 관계가 튼튼히 세워지는 내적인 변화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런 내적인 변화로 인해 외적인 생활이 바뀌며 우리 안에 계신 예수님이 드러날 때 성품이 변하기도 하며 외적인 능력들이 나타나며 증인의 삶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생명의 삶을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겹치면서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등 여러가지 변수가 있었지만 감사히 내일이면 마치게 됩니다. 13주간 강의를 진행하면서 거꾸로 끼워진 기둥처럼 제자리를 제대로 찾지 못하는 부분들을 보게 된 것이 큰 은혜였습니다. 하나도 놓치지 않고 듣기 위해 컴퓨터 앞에서 너무 집중해서 듣느라 몸살이 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삶 공부는 신앙생활의 매뉴얼을 요약해 놓은 것입니다. 이런 기회를 꾸준히 가지며 예수님의 제자로 잘 세워지는 BTIC 가족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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